“두 번의 탄핵, 그리고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내한 – 그날 밤, 우리는 모두 빛이 되었다”
그들의 노래가 처음 한국 땅에 울려 퍼진 건, 모든 것이 뜨겁고 무거웠던 2017년 봄이었다. 촛불의 물결 속에서 광장은 희망을 노래했고, 정치는 다시 태어나야 했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 콜드플레이가 있었다.
수십만 명의 청중이 팔목에 찬 LED 밴드를 흔들며 "Fix You"를 따라 불렀던 그 순간, 세상은 잠시 멈춘 듯했다.
그건 단순한 내한공연이 아니었다.
혼란과 분노, 그리고 희망이 교차하던 시대의 '위로'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그들이 왔다.
2023년의 가을. 또 한 번의 탄핵과 혼란을 지나, 사람들은 다시 그들의 음악을 갈망했다. 이토록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춰서 숨 쉴 수 있는 곳’을.
그것이 콜드플레이의 무대였다.
서울을 뒤덮은 수만 개의 불빛.
그날 밤, 잠실 주경기장은 우주였다. 별이 가득했고, 그 속에 우리는 흩어진 별자리가 되었다.
밴드가 무대에 등장하자, 모든 함성은 하나의 언어가 되었고, 그들의 첫 음이 떨어지던 순간, 눈물을 닦는 이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 노래에 지나간 청춘을 묻었고, 또 누군가는 고된 오늘을 눕혔다.
"Yellow"가 시작되자, 스크린 너머로 수천 개의 노란 불빛이 하늘을 수놓았다.
어쩌면 그건 단지 색깔의 이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이 시대를 버티게 한 ‘온기’였는지도 모른다.
"Viva La Vida"의 북소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와도 같았다. 권력은 무너졌고, 사람은 살아남았으며, 노래는 계속되었다.
콜드플레이는 말없이 시대를 말했고, 음악으로 위로를 전했다.
무대 위 크리스 마틴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아픔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손짓 하나, 눈빛 하나에 담긴 공감이 파도처럼 관객을 휘감았다.
"Music of the Spheres" 투어의 주제처럼, 우리는 각자의 행성에서 왔지만, 이 무대 위에서 잠시 같은 궤도를 돌고 있었다.
공연장에는 10대도, 70대도 있었다.
아이와 손잡고 온 부모도 있었고, 헤드폰을 낀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청년도 있었다.
그들 모두가 ‘콜드플레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하나의 감정으로 연결됐다.
"Fix You"가 다시 흘러나왔을 때, 관중석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건 단지 노래가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우리 모두가 감춰두고 있었던 감정의 해방이었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가사 한 줄이, 수년간의 상처를 감쌌다.
고된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감정이, 그들의 목소리를 타고 되살아났다.
우리 모두는 그날 밤, 조금은 덜 외로워졌고, 조금은 더 용기 내어 살아가기로 했다.
콜드플레이는 무대를 떠나며 말했다.
"서울, 넌 정말 아름다워."
그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혼돈과 치열함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은 사람들에게,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시민들에게,
그리고 오늘도 음악으로 자신을 지켜내려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그날의 공연은 끝났지만, 우리는 안다.
그들의 음악은 계속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쉰다는 걸.
무대는 사라졌지만, 빛은 남았다.
두 번의 탄핵을 지나, 두 번의 내한을 통해
콜드플레이는 우리에게 ‘포기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줬다.
음악은 언제나 가장 늦게 무너지고,
사람은 그 음악을 통해 가장 먼저 다시 일어선다.
그날 밤, 우리는 모두 빛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음악이 있는 한 우리는 다시 빛날 것이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생을 주님·교회에 헌신" (7) | 2025.04.21 |
---|---|
5월 2일 임시공휴일, 6일 황금연휴...행정부 고심 중 (7) | 2025.04.21 |
전한길 "'이기고 돌아왔다'는 윤석열, 예수님 같았다" (0) | 2025.04.15 |
이정후 메이저리그top 5 진입 ㅎㄷㄷ (1) | 2025.04.14 |
1만원대 5G 요금제 뜬다..KB국민은행도 "추가요~~" (0) | 2025.04.12 |